부모님의 생명 사상을 본받아 공해를 추방하는데 앞장서자.

송 월 주

(공해 추방운동불교인모임 창립준비위원장)

인간이 살아가는 터전이요, 모든 생명체의 삶의 원천인 자연은 우리 인간에게 아득한 옛날부터 많은 것을 무상으로 아낌없이 베풀어 오고 있습니다만 인간의 끝없는 욕구와 무분별한 개발 그리고 성취 제일주의는 우리가 살고 있는 대기와 토양, 강과 바다를 급속도로 오염시켜 급기야 오존층과 생태계가 파괴되어 가는 오늘이 되었습니다.

생태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환경 오염의 확산 속도가 지금처럼 지속될 경우, 다시 말해서 인간이 현 상태로 공해를 방치할 경우에 인간이 지구상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100년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합니다.

반성이 없고, 지혜를 상실한 현대의 과학 문명은 다소 물질적 풍요는 우리에게 가져다주었지만 인간성의 상실을 가져 왔고, 끝없는 소유의 욕구는 과소비, 향락 풍조와 물신주의 풍조를 가져왔습니다. 결국, 환경은 고갈 상태에 이르고, 자연 환경은 무차별하게 오염되고 황폐화되었습니다.

1971년 “로마 클럽 보고서”에서는 핵전쟁의 공포와 함께 산업화에 뒤따르는 극심한 빈부 격차와 자원 고갈 그리고 환경 오염의 문제를 인류 최대의 적으로 지적하였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경상남도 울주군 온산 공단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공단에서 내뿜는 폐수와 유독가스로 인하여 일본의 공해병인 “미나마따 병”의 증세와 비슷한 중금속 중독의 “온산병”이 1983년에 나타났고, 최근에는 두산전자의 낙동강 페놀 불법 방류사건이 있어 모든 국민을 경악케 하였습니다. 우리 강토가 전국 각지에 공장지대가 확대되고, 공장의 폐기 가스, 자동차 매연, 골프장 시설과 생활하수, 음식찌꺼기와 오물, 합성세제 등으로 급격하게 오염되어 이제는 자정능력마저 상실해 가고 있습니다.

“맑고 깨끗한 불국토를 원하거든 마땅히 그 마음을 깨끗이 하라. 마음이 맑고 깨끗해짐에 따라 불국토는 깨끗해진다."라는 <<유마경>>의 말씀처럼 정토의 구현은 우리 마음의 정화에 있습니다. 공해 추방 운동은 바로 우리 마음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가 ”공해 추방운동불교인모임“을 결성하는 이유도 우리의 마음이 병들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소유와 성취만이 인간의 행복을 보장해 줄 것이라는 물질 만능주의의 그릇된 가치관이 우리의 자연을 황폐화시키고 자연과 환경을 오염케 하여 하나뿐인 지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만물이 병들어 있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화학비료나 제초제, 살균제로 토양 생태계가 파괴되어 있습니다. 중금속 등으로 공기와 강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마시고 먹는 음식물도 유해 성분이 들어 있어서 각종 병해가 유발되고 있습니다. 또한 핵 개발에서 연유되는 방사능과 핵폐기물로 인류와 생태계의 생명이 멸살될 위험에 처해 있으며 자동차 배기가스와 공장 매연으로 진한 산성비를 재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인은 고도 산업화에 따른 성장 개발 우선 논리와 기업의 근대 이윤 추구, 그리고 국민의 무관심이 자초한 일이며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이에 우리의 자성이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 불자는 자연과 인간과 모든 사물이 상의상관 관계 속에서 공존공생하고 있는 연기적 세계관에 입각하여 자연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보존해야 합니다. 인류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우리의 생활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 공해를 추방하여 쾌적한 삶의 터전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국토와 하나뿐인 지구를 건전하게 보존하는 것이 우리 인류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입니다.

우리는 부처님의 생명 존중 사상을 이어받아 지금 모든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공해를 추방하는 실천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 한국 불교계는 토지와 임야를 국유, 공유지 다음으로 많은 면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이나 불교 문화재를 보유한 사찰에는 연간 수천만 명의 참배 객과 등산객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성스러운 사찰 환경이 오염되고 사찰 임야가 황폐화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기에 우리 불자가 성보 도량을 수호하고 청정하게 지키어 정신적인 수행의 도량으로 보전하기 위한 공해 추방 운동에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 공해 추방운동불교인모임은 순수한 불교 시민 운동 단체로 불교의 기본 행동 원리인 비폭력, 평화적 자세와 청정한 계율 정신에 입각한 교육적인 방법에 의해 환경 오염의 사회 구조적 모순을 지속적으로 고쳐 나가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불자들은 자신의 번뇌와 망상과 탐욕과 이기심을 몰아내는 수행 정신과 전법 활동을 하면서 우리 국토를 청정하게 만들기 위하여, 내 주위의 조그마한 일부터 공해를 추방하는 일을, 나부터 우리부터 먼저 솔선하여 실천하는 운동을 전개해야 합니다.

구미와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공해 추방과 녹색 운동을 일찍이 20여년 전부터 시작하여 눈에 띄게 진척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민족 화해의 시대를 맞이하였으나 남북 공히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다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정치권과 경제계 역시 성장 위주에 치우쳐 있고 정치 싸움이 과열된 상태에 있습니다.

불교계도 내부 갈등으로 인하여 이 땅에 핵무기를 제거하고 공해를 추방하는 일에 소극적인 면을 탈피 못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마음 아픈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2천만 불교도들은 늦은 감이 있지만 시대적 사명인 공해 추방 운동에 함께 나서서 국토를 청정하게 만들어 정토 불국 세계가 이룩될 때까지 정진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끝으로 회원 여러분과 내외 귀빈 여러분의 건강과 행운을 빌면서 대회사를 갈음합니다. (공해추방불교인모임 창립대회 대회사)